[머니톡스] 증시의 사계절…외국인은 왜 팔기만 하나

[머니톡스] 증시의 사계절…외국인은 왜 팔기만 하나

윤선희 기자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지수 낙폭이 커질 때마다 주식시장에는 공포와 비관론이 확산한다. "외국인들은 왜 저렇게 주식을 파는 걸까?". 외국인 자금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나라 밖 거시경제 환경에 있다.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단기 국고채와 기축통화인 달러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져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산 재배분에 나선 것이다.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달러 환산 수익률은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 투자 펀드들은 기계적으로 원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이나 다른 국가 주식으로 자금을 옮겨놓는다. 이미지 확대 증시 상황은?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2026.10.12 ksm7976@yna.co.kr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표주들은 반도체 기업들이다. 다시 말해 코스피는 반도체 관련주에 편중돼 있는데, 이 메모리 반도체는 본질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시클리컬(경기 순환) 산업이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대형 메모리 반도체를 놓고 증시에서 '업황 사이클이 정점인가'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투자자들은 "이제 주식을 팔아서 이익을 현실화할 타이밍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로벌 스마트머니는 다음 불황이 닥치기 전에 고점에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주식 정리에 나선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듯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추격 소식도 국내 주식 매도 심리를 부추겼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CXMT는 구형 D램 시장에 저가 물량을 쏟아내며 가격을 떨어뜨렸고, 중국 PC,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자국 반도체 채택률을 끌어올리며 이를 도왔다. CXMT는 나아가 차세대 서버용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영역까지 진입을 타진하고 있다. 중국의 덤핑 공세에 국내 기업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 기업들의 중장기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분야에서도 고개를 든 것이다. 증시 내부적으로 보면 지수선물 시장의 수급 악화도 지수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수 하락에 베팅한 외국인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수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하락 포지션(지수가 하락하면 이익을 내는 기법)을 구축하면서 매수 세력보다 매도 세력이 비대해진 것이다. 지수선물-현물 간 가격차(베이시스)가 악화하면서 국내 기관들의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매도 물량이 연쇄적으로 나오면서 지수 낙폭이 커진 것이다. 검은 화요일은 단발성 악재로 인한 일시적 패닉은 아니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외국인은 올해 230조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다. 글로벌 통화 긴축에 따른 손실 우려감, 반도체 호황기 정점에서의 차익 실현 욕구, 그리고 중국기업 추격에 따른 이익 감소 우려감이 겹겹이 쌓인 복합적인 결과로 봐야 한다. # 배춧값이 똥값(불황)이 되면 농부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는다. 그러나 이후 배추 공급이 부족해지면 배추 가격이 치솟기(상승 국면) 시작하고, "배추 농사로 대박 났다"는 소문이 나면 옆집 마늘 농사를 짓던 농부도 논밭을 배추밭(탐욕과 과열)으로 갈아엎는다. 1년 후쯤 새로 심은 배추가 시장에 쏟아져 나와 공급 과잉이 되면 가격은 다시 폭락한다. 주가의 상승과 하락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주가는 시차(Time Lag), 인간의 탐욕과 공포(심리)가 결합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경제학과 금융투자업계에선 거미집 이론(Cobweb Theorem)이나 시클리컬(경기 순환) 사이클로 부르기도 한다. 거미집 이론은 가격과 생산량이 주기적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가격과 수량이 변하는 궤적을 수요·공급 곡선 위에 선으로 연결하면 마치 거미줄 모양처럼 그려진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당분간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와 달러화 흐름을 봐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한국 반도체가 중국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실적 방어를 입증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K 반도체 덕분에 우리 경제가 3%대 성장을 누리게 되지 않았나. 우리 기업들이 중국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고,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갖추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건 어떤가. 주가는 배춧값보다 먼저 움직인다. indigo@yna.co.kr 관련 뉴스 [마켓뷰] 6천피 깨지나 반등하나…'급락' 코스피 향배는 뉴욕증시, 기대 못채운 美은행 실적·반도체 약세에 일제히 하락(종합) 필리 지수 5일연속 하락…7월말 이후 처음 뉴욕증시, 美은행 실적 혼조·반도체 약세에 일제히 하락 고점서 주식 비중 못 줄인 국민연금…급락장 '안전판' 역할 제약 [머니톡스] 유럽 2위 대국 프랑스는 왜 이 지경이 됐나 [머니톡스] 잃어버린 30년…경제학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다 [머니톡스] 미 국채금리 6% 육박…버블·무모한 베팅은 설 자리가 없다 [머니톡스] 40년 욕망의 엔진 멈춰야…투기공화국 오명 벗을 때가 됐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10/14 09:26 송고 2026년10월14일 09시26분 송고 #증시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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