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30조 순매도, 복합 악재 겹친 증시 낙폭 확대

외국인 230조 순매도, 복합 악재 겹친 증시 낙폭 확대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국내 증시에서 230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지수의 낙폭을 키우고 있다. 단순한 일시적 패닉이 아니라 글로벌 통화 긴축, 반도체 업황 정점 논란, 중국 기업의 추격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겹쳐진 복합적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통화 긴축이 자금 이탈 촉발

외국인 자금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국외 거시경제 환경에 있다.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단기 국고채와 기축통화인 달러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산 재배분에 나선 것이다.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달러 환산 수익률은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 투자 펀드들은 기계적으로 원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이나 다른 국가 주식으로 자금을 옮겨놓는다.

반도체 편중 구조와 업황 정점 논란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표주들은 반도체 기업들이다. 코스피가 반도체 관련주에 편중돼 있는데, 메모리 반도체는 본질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시클리컬(경기 순환) 산업이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대형 메모리 반도체를 놓고 증시에서 '업황 사이클이 정점인가'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투자자들은 이익을 현실화할 타이밍인지 고민하게 됐다. 글로벌 스마트머니는 다음 불황이 닥치기 전에 고점에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주식 정리에 나선 것이다.

중국 창신메모리 추격에 매도 심리 확산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추격 소식도 국내 주식 매도 심리를 부추겼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CXMT는 구형 D램 시장에 저가 물량을 쏟아내며 가격을 떨어뜨렸고, 중국 PC·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자국 반도체 채택률을 끌어올리며 이를 도왔다. CXMT는 나아가 차세대 서버용 DDR5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영역까지 진입을 타진하고 있다. 중국의 덤핑 공세에 국내 기업 제품 수요가 줄어들면 중장기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분야에서도 고개를 든 것이다.

지수선물 시장 수급 악화도 낙폭 키워

증시 내부적으로 보면 지수선물 시장의 수급 악화도 지수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지수 하락에 베팅한 외국인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수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하락 포지션을 구축하면서 매수 세력보다 매도 세력이 비대해졌다. 지수선물-현물 간 가격차(베이시스)가 악화하면서 국내 기관들의 프로그램 매매에서도 매도 물량이 연쇄적으로 나와 지수 낙폭이 커졌다.

거미집 이론으로 본 주가 순환

주가의 상승과 하락은 배춧값의 변동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배춧값이 똥값이 되면 농부들이 농사를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지만, 이후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치솟는다. "배추 농사로 대박 났다"는 소문이 나면 마늘 농사를 짓던 농부도 논밭을 배추밭으로 갈아엎고, 1년 후 공급 과잉이 되면 가격은 다시 폭락한다. 주가도 시차와 인간의 탐욕·공포가 결합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이 같은 순환을 반복한다. 이를 경제학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거미집 이론(Cobweb Theorem)이나 시클리컬 사이클로 부른다. 거미집 이론은 가격과 생산량이 주기적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가격과 수량이 변하는 궤적을 수요·공급 곡선 위에 선으로 연결하면 거미줄 모양처럼 그려진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향후 관전 포인트

당분간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와 달러화 흐름을 봐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한국 반도체가 중국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실적 방어를 입증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K반도체 덕분에 우리 경제가 3%대 성장을 누리게 된 만큼, 국내 기업들이 중국이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고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갖추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주가는 배춧값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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