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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의 한 오폐수처리시설에서 임신 16주가량의 태아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사망 경위와 산모 확인에 나섰지만, 현행법상 산모가 특정되더라도 형사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집수장서 발견된 20㎝ 남아 시신
1일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1시 30분께 아산시 탕정면 오폐수처리시설 집수장에서 키 20㎝, 몸무게 110g의 남아 시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의 훼손 정도는 심하지 않았고 탯줄이 함께 남아 있었다. 경찰은 시신 크기 등을 토대로 임신 16주가량의 태아로 추정하고 있다.
집수장에는 인근 사업장과 근로자 기숙사, 주변 마을과 상가의 오수가 함께 유입된다. 경비 인력이 상주해 외부인 접근이 어려운 구조인 만큼 경찰은 누군가 직접 버리기보다 관로를 타고 흘러 내려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신에 별다른 손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자연유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다.
형법상 태아는 '사람' 아니다
태아인 만큼 산모를 특정하더라도 적용할 범죄 혐의가 없다는 점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른다. 형법은 태아를 '사람'으로 보지 않아 영아유기나 영아살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은 1982년 분만이 시작되는 시점, 즉 진통이 오는 때부터 사람으로 본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임신부 본인의 임신중단을 처벌하던 자기낙태죄도 2021년부터 효력을 잃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국회가 대체 입법을 마련하지 않아 2021년 1월 1일자로 해당 조항들의 효력이 상실된 상태다.
약물 임신중단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산모가 약물로 임신을 중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신 16주는 약물을 복용할 경우 태아 형태가 뚜렷한 상태로 배출되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낙태약(임신중단 약물) 먹고 아기를 낳아 변기에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기도 했다.
설령 약물을 복용한 경우라도 산모 본인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약사법 역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수입한 쪽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단순히 복용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대표적인 임신중단 약물인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은 현재 전 세계 101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87%가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한 제약사가 같은 성분의 의약품 허가를 신청했다가 이듬해 자진 취하했다. 합법적인 유통 경로가 막혀 있다 보니 임신중단을 원하는 여성들이 해외 직구 등으로 약물을 몰래 들여오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프진은 정부가 도입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허용 방안 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부검·DNA 감식 결과 주목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와 산모 확인을 위해 태아 시신 부검과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및 DNA 감식 결과라는 객관적 사실이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며 "현 단계에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임신중단을 둘러싼 법적 공백이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자기낙태죄 효력 상실 이후 대체 입법이 5년 넘게 국회에 계류된 가운데, 임신중단 약물의 국내 도입 여부와 처벌 규정 정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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